Monday, July 30, 2012

책.



시원한 바닷바람 불어오는 강변 큰 바위를 바닥삼고, 쾌적한 그늘 아래 두 손 쭉 뻗어 닿지 않는 구름을 지붕삼아, 지붕 사이사이로 곧게 뻗은 햇빛을 스탠드로, 책을 펼친다. 펼쳐진 종이 위 글들은 바닷바람에 하늘하늘 날려가버리고, 남은 백지묶음도 이내 햇볕에 다 타버리고 재가 되어 날아가버린다. 어제 산 작은 휴대용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빌 에반스의 피아노 멜로디가 바람에 섞이고, 햇볕에 무쳐져서 더욱 맛깔난다. 빈 손이 되어버린 양 손으로 허겁지겁 맛을 보고 오랜만에 포만감을 느껴본다. 실컷 배불리 즐기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, 방금 지나친 순간들이 문득 꿈이었나 싶다.